영화 듀얼(Duel, 1971) – 공포는 이미지다

“이건 내 인생에 없어도 될 20분일 뿐이고 날 휘감고 있던 끈들은 이제 끊어질 거야.” – 데이비드 맨

 

공포는 이미지다. 공포는 상상이며 은유이고 하나의 상징이다. 공포는 구천을 떠도는 악귀처럼 구체적인 실체는 없으나 늘 인간을 위협하고 옥죄는 사형집행인으로 인간 곁에 서 있다. 공포가 위협적인 이유는 이유가 없거나 모르기 때문이며 언제 자신을 덮칠지 모르는 데다 정체마저 희미하고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마치 어두운 골목 어귀에 숨어서 그곳을 지나가는 행인의 목뒤를 노리는 살인마처럼 언제 어디서나 있을 것만 같은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 공포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를 달리는 한 사내가 있다. 그는 성사될지가 불분명한 사업을 위해 먼 길을 횡단하는 중이다. 1차선 도로는 앞뒤로만 길게 뻗어져 있고 그 길의 어디쯤에는 가연성 물질을 싣고 달리는 트럭이 있다. 사내는 저녁에는 일을 마치기 위해 속력을 내서 트럭을 추월하고, 별일 아닌 것처럼 보였던 작은 사건(추월) 하나로 공포는 하나의 실체로 뒤바뀌어 사내를 엄습하기 시작한다.

트럭이 사내를 앞지른다. 사내는 답답함에 여러 차례 경적을 울리고 다시 트럭을 앞지른다. 몇 번의 추월이 있고 난 뒤부터 사내와 트럭은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더는 무시할 수 없는 거추장스럽고 불쾌하고 찝찝한 적의가 꽃피는 순간이다. 이후로 트럭은 시종일관 사내를 뒤쫓거나 앞지르고 또 나아갈 길을 막아서는 등의 방해를 한다. 거대한 트럭이, 운전자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그 희미하지만 자신에게만은 진하게 다가온 공포의 이미지가 온몸을 휘감는다. 사내와 트럭의 대결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마지막 시점에 나타난 사내의 오묘한 표정에서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공포와 막 싸움을 끝낸 자의 허탈하면서도 음울하고 통쾌하면서도 허무한 표정을 본다. 도로에는 적막이 흐르고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채 서 있다. 왜 대결해야 했는지, 혈투해서 얻은 결과는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벌어졌고 그것이 끝났을 뿐이다.

인간은 공포의 생산자다. 외부의 침입이나 외부와의 충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하나의 상징체로서 공포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공포는 일방통행할 수밖에 없는 도로에서, 이제는 되돌아갈 수도 없고 그것을 앞질러 나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멈추어 설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입장에서 스스로 상상한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 자는 누구인가? 바로 인간 자신이다. 악은 거대한 하나의 이미지로 작동하고 인간은 스스로 만든 악에 의해 스스로 단두대에 올라가서 자기 목을 내려치도록 한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사막 위를 달리는 거대한 트럭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그러나 스스로 지었다고 생각하지 못할) 죄로 인해 파생된 지워지지 않는 악인 것이다.

 

영화 듀얼(Duel, 1971). 스티븐 스필버그 장편 데뷔작.

★ :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