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reenshot
무한의 계절 속에 굳이 보는 건 종말이다. 새순이 올라오는 계절에 나의 눈은 주변에 흐트러져 있는 죽은 이파리들에 머물고, 환한 아이들의 미소보다 굳게 걸어잠근 뒷골목의 녹슨 철문이 아른거린다. 별종이라면 별종이고 기인이라면 기인이다. 세상만사 ‘사랑’이 사람을 살게 하고, ‘사랑’이 전부라고 외쳤던 시기도 있었다. 그 무엇이 틀린 말이겠는가. 사람을 더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이지만, 내 안의 어떤 감정들은 낙엽되어 떨어진 길섶의 이파리보다 힘없이 나풀거리며 사라져가고만 있으니 나로서는 별로 더 할 말이 없다. 누군가는 사랑의 힘으로, 생명이 움트는 기운으로, 새로운 도전의 열망으로, 자신에게 기댄 사랑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살아가겠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도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은 때로 넘어와 버렸으니, 이게 바로 샛길로 들듯이 나이를 먹은 방증이란 말인가. 나이를 먹고 갈수록 몸이 고되더라도 마음 속 빛의 기운은 잃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어째서인지 모든 것에 더 퉁명스럽고 더 무관심해져만 간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의 발로는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는 뜻이고, 무관심하다는 의미는 의미조차 의미가 없어지는 시절을 맞이하고 있다는 의미다. 어떤 이는 ‘기대에서 현실을 뺀 것’이 행복이라 한다. 그렇다면 나는 별다른 기대가 없는데 왜 행복을 못 찾겠지?